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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23편에 얽힌 이야기

2015.10.09 17:33

담임 조회 수:722

시편 23편에 얽힌 이야기

독일에서 내가 다니던 대학엔 한 노교수님이 계셨다. 중후하게 연세드신 라틴어 교수님, 그 교수님께서 구사하시는 언어가 10개는 족히 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독일어, 영어, 불어는 기본이고 스페인어에다 몇 개의 동양언어까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교수님의 어학실력이었지만 그 분이 유창한 히브리어까지 
구사하신다는 사실에는, 신학을 전공하는 나조차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느날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게 된 기회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여쭈어보았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히브리어까지 하시게 되었느냐고. 나의 질문에, 
교수님께서는 40년전 교수님께서 아직 이 대학의 학생이셨던 시절의 그 기숙사, 그 때의 한 친구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40년전 세계대전 당시, 그 어두운 나라 죽음의 전쟁터 한가운데 계셨던 하나님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교수님께는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그 친구는 유대인이었다. 아니, 사실은 유대인이라 할 수도 
없었다. 친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유대인이었던 것 뿐이었지만 나찌는 
그렇게 멀리 섞인 피 한방울일지라도 용서하지 않았다.

나찌가 독일을 장악하기 전부터 그 둘은 사이좋은 친구였다. 같은 방을 쓰면서 늘 같이 먹고, 같이 다니고.. 물론 공부도 늘 같이 했는데 그 친구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었다. 공부를 시작하고 두어시간 지나 지칠때쯤해선, 늘 무슨 
이상한 시같은 것을 소리높여 외는 것이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히브리어로 외는 그 
시를 알아들을 턱이 없었던 교수님은, 마치 음악같이 리듬을 타는 그 시가 무척 
신기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것이 바로 구약성경에 있는 유명한 다윗의 시, 
시편 23편이라 했다. 히브리어로 외는 것인데, 자기는 그것을 외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져 공부가 더 잘된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 날부터 교수님도 친구에게 
배워서 그걸 같이 외우기 시작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처음 듣는 
히브리어가 좀 낯설었지만 리듬이 아름다와 금방 익숙해졌다. 그렇게 1년, 2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사이좋은 두 친구는, 공부하다 지겨워질때쯤해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편 23편을 히브리어로 소리높여 외쳐댔다.

불행은 갑자기 다가왔다. 나찌의 핍박이 심해지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은신처에 숨어 있던 친구에게서, 어느날 급한 연락이 왔다. 지금 나찌 비밀경찰들이 
들이닥쳤다고, 가스실로 끌려가게 될 것 같다고... 교수님은 급히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인사 한마디 나눌 틈도 없었다. 친구와 그 가족들을 무슨 소 돼지처럼 밀어넣은 
나찌의 트럭은, 벌써 그들을 어디론가 실어가고 있었다. 교수님은 미친듯이 
페달을 밟았다. 친구의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려고... 눈물이 범벅이 되어 
따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트럭 옆으로 친 포장을 들치고 친구가 고개를 내밀었다. 
눈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친구의 얼굴은, 뜻밖에도 싱긋이 웃는 얼굴이었다.. 
그때 친구가 갑자기 소리높여 무언가를 외치기 시작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아, 죽음의 가스실로 끌려가는 친구가 미소지으며 
외고 있는 것은, 바로 시편 23편이었다.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그 시절, 아무 
걱정없던 그 때와 같은 평온한 얼굴 미소띤 모습으로, 친구는 시편을 외고 
있었다... 온갖 기억들과 알수없는 감동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교수님은 
자기도 모르게 같이 따라 외우면서 자전거 페달을 힘껏, 더 힘껏 밟았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한없이 울고 또 울면서, 악을 쓰듯 시편을 함께 외우며 트럭을 따라가다 길모퉁이에서 교수님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는 트럭에 실린 친구의 마지막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그것이 친구의 얼굴을 본 마지막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쟁의 패색은 더 짙어갔고 나찌는 최후의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교수님도 군대에 끌려가는 것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러시아에서 
포로로 잡혀 다른 전쟁포로들과 같이 총살을 당하게 되었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죽음의 대열에 끼여 걸으면서, 젊은 포로들은 공포에 울부짖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교수님의 머릿속에 갑자기 가스실로 끌려가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죽음의 길을 웃으며 떠난 그 친구처럼, 나도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자...'

동료들이 하나둘씩 총알에 쓰러지고 드디어 교수님의 차례가 와서 자리에 섰을때,
교수님은 총을 겨눈 군인에게 마지막 할 말이 있다고 했다. 허락을 받고 교수님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친구가 죽음의 길을 떠나며 외던 시편 
23편을 조용히 외기 시작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알수 없는 힘이, 용기가, 그리고 담담한 평안이 교수님을 둘러쌌다. 자신을 겨눈 총구 앞에서... 교수님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그때...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연합군의 러시아 장교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높여, 같이 시편 23편을 외기 시작했다. 
그것도 히브리어로...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연합군 장교는, 유대인이었던 것이다! 장교는 곧바로 교수님을 풀어주라고 
명령했고 사형중지 서류에 사인을 했다. 놀라서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장교는 
조용히 말했다. "하나님의 백성은, 그가 비록 악마의 제복을 입고 있다고 해도 
하나님의 백성인 것이다"

** 오늘도 하나님의 백성임을 잊지말고 감사한하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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